hanyuku
중국 명작 드라마 <백록원(白鹿原)>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본문
안녕하세요 한어고입니다^^
중국에서 촬영 준비만 15년, 투자금액은 2.3억 위안이 들었지만, 촬영 시작 전에는 배우를 섭외할 돈이 없어서 감독이 정한 한 가지 결정만으로 버텼다는데요, 결국 이 드라마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명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인지 이 내용과 관련한 기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친하이루(秦海璐)가 아이를 낳은 지 두 달도 안 되었을때, 장쟈이(张嘉译) 감독은 그녀를 찾아와 "당신이 내 작품의 샤오시푸(小媳妇)를 연기해주었으면 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저는 아기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어요." 라며 심드렁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쟈이는 손가락 세 개를 내밀었고, 친하이루는 순순히 그를 따라 <백록원(白鹿原)> 촬영장으로 향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장쟈이는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은 드라마 <백록원>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해야한다고 하네요.
당시, <백록원>은 15년째 프로젝트를 준비중이었는데, 프로듀서가 2.3억 위안을 끌어와 투자하였고, 감독이었던 리우진(刘进)은 이 돈으로는 77부작 드라마를 못 찍는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제작비가 들어갈 주요 사용처는 두 군데였는데요, 첫째는 장면과 소품들, 둘째는 배우 섭외비용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은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디에 돈을 더 써야하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돈을 들이지 않고는 원작의 스케일을 살릴 수 없었고,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으면 복잡하게 얽힌 인간성을 연기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결국 감독 리우진은 대부분의 제작비를 장면들과 소품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란텐(蓝田)부터 싼위안(三原), 상하이, 난징에 이르기까지 총 10차례의 대규모 로케이션 이동을 거쳤습니다. 그들은 4만여 명의 엑스트라 배우들을 찾고, 촬영 전 10개월동안 스태프들이 답사를 하고, 낡은 농기구 몇 트럭을 수거해오고, 백가헌(白嘉轩)의 집에 돈을 들이는 등 효과를 내기 위해 두 번이나 완전히 뜯어내고 다시 짓는 등 공을 들였습니다.
배우의 경우, 허진(何进)이 예술감독이자 남자 주인공인 장쟈이(张嘉译)를 데리고 하나둘씩 섭외 부탁을 하러 다녔습니다.
이날 친하이루(秦海璐)는 남편 왕신쥔(王新军)에게 이끌려 식당에 도착했는데, 그녀가 자리를 잡자 장쟈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은 힘들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백록원>은 문학상을 받고 15년간 시나리오를 썼는데, 드디어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순간이에요!" 빙빙돌려 말하는 것에 친하이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들 하고 싶은 말을 해보세요!" 그러자 장쟈이가 말했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당신이 이 작품에서 제7방 며느리를 연기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죠! 저는 꼭 당신이 와서 연기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나 2달 전, 아들을 낳아서 160근의 몸무게를 자랑하던 친하이루는 "저는 막 아이를 출산해서 몸이 아직 회복이 다 안되었는데요?"라고 하며 머뭇거렸습니다. 그러자 장쟈이는 허허 웃으며 손가락 세개를 펼치며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8개월 동안이나 촬영해야 하는걸요. 당신이 나오는 부분은 거의 뒷 부분이니, 아직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3개월이나 있습니다."
그리고 출연료에 대해서 그는 "개런티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아요. 우린 돈 벌 기회는 많지만, 그래도 <백록원>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평생 한 번 뿐일텐데, 소중하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라고 운을 뗐습니다.
장쟈이의 권유로 친하이루는 물론, 레이자인, 리우페이치, 허빙(雷佳音、刘佩琦、何冰) 등 잔뼈가 굵은 배우들도 몸값을 낮추고 <백록원>에 싸게 출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촬영 한달 전, 모든 배우들이 산시성 란텐(陕西蓝田)으로 끌려갔고, 남자들은 물지게, 보리 베기, 장작 패기를, 여자들은 밀가루 반죽, 실잣기 등등 향토적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배우들은 단체로 300근을 감량했습니다. 출산 후 5개월 만에 팀에 합류한 친하이루도 2개월 만에 30근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극 중반까지 모두들 다시 살이 쪘는데요, 왜냐하면 극에서 "국수를 먹는" 촬영 분량 만으로도 배우들은 밀가루 2000여 근, 총 6천여 그릇의 국수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기우제 씬 하나를 촬영하기 위해 800여 명이 얇은 옷을 입고 힘들게 절벽의 고지까지 올라갔다가 촬영을 마친 뒤에는 "안되겠다. 1000명이 있어야 해!" 라고 감독이 말했습니다. 산바람 때문에 죽겠다고 생각하며, 모두들 다리가 남아나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체 800명이나 1000명이나 뭐가 다를까요? 하지만 감독은 다시 해야한다고 하였습니다.
왜 배우와 감독이 리얼한 소설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기도 합니다. 그냥 빠르게 찍고 돈을 빨리 버는게 낫지 않을까요?
사실,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보면, <백록원>이라는 작품은 문학 대작이며,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 실로 너무 크다고 합니다.
1988년, 같은 시베이(西北) 문단의 거두 3명은 각자의 길에 하나씩 이름난 작품이 있었는데, 루야오(路遥)는 <인생>, 구핑아오(贾平凹)는 <부조(浮躁)>가 있었습니다. 46세의 천중스(陈忠实)는 아직 자신의 침관지작(枕棺之作)을 써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처자식을 시내에 두고 자신은 홀로 고향 백록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천중스는 백록원의 노인을 찾아다니며 모든 현지를 뒤지다가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는 1년 가까이 밤낮으로 몰두하여 백록촌을 축소판으로 하여 백씨와 록씨 두 대가족간의 원한을 풀어냈고, 반세기 이상의 관중(关中)지역 일대의 역사적 변천을 모두 써냈습니다.
하지만 천중스는 작품을 바로 발표하지 않고 4년이나 더 갈고 닦았고, 특히 책에서 가장 중요한 텐샤오어(田小娥)의 역을 수정하여 네 남자와의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봉건 예법과 도덕의 억압적인 인간성에 대한 반발을 반영함으로써 50만 자에 달하는 자신의 '침관지작'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 묵직한 문학적 대작이 인민문학출판사의 편집장에게 보내지자, 편집자들은 이 작품을 두고 "천지개벽"이라는 4글자로 감복했다고 합니다.
반면, 리징저(李敬泽) 중국작협 부주석은 <백록원>을 두고 역사 문학을 새로운 고도로 끌어올려 각종 문학 청년 교육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썼습니다.
1993년, <백록원>이 출간되자마자, 300만부가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후 반년 내에 또 여러 차례 출판되었고, 해적판까지 포함하여 100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비록 독자들이 <백록원>을 손에서 놓지 못하여 날개돋힌 듯이 팔렸지만, 이 소설은 텐샤오어에 대한 5만자에 가까운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마오뚠문학상(茅盾文学奖)의 총평위원회에서 "만약 텐샤오어 묘사를 삭제하지 못한다면 <백록원>에 대한 한 표를 주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5만자 가까이 삭제하고 다시 출간한 <백록원>은 어김없이 마오뚠 문학상 정상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시베이 문단에 트로이카가 빛나게 되었고, 천중스도 마침내 자신만의 침관지작을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백록원>의 문학적 성취가 높은 만큼, 감독과 배우들이 출연료를 가리지 않고 총력을 기울인 덕분에 드라마는 대박을 터뜨리며 비천상, 백옥란상, 금응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연기자상(飞天奖,白玉兰奖,金鹰奖最佳导演,最佳演员) 등 다양한 상을 연이어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천중스 옹은 드라마 제작에만 관심을 쏟다가 미처 드라마 개봉은 보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문학 애호가들은 역시 93년 초에 발간된 <백록원> 무삭제판 원작을 가장 음미하고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는 판본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텐샤오어의 봉건 예법과 도덕에 반항하는 마음과, 운명에 비운을 더하고 상처를 입는 과정이 뛰어난 문학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네요.
<참고기사>
'Chinese movie & 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영화 <제일로향(第一炉香)>에 출연했던 량뤄스(梁洛施)의 인생스토리 (0) | 2021.12.10 |
---|---|
2021 중국 국경절 화제의 영화 <장진호(长津湖)>에 대한 여러 인식 (0) | 2021.11.25 |
2021년 개봉예정 억대 제작비 홍콩 영화 10편 소개! (0) | 2021.05.05 |
장만위(张曼玉)의 근황은? (0) | 2021.05.03 |
왜 중국 감독들은 명나라를 거의 조명하지 않을까? (0) | 2021.04.29 |